
원서를 읽다보면 한번쯤 번역 욕심이 들게 하는 책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요. ‘한번 해볼걸’ 생각만 했던 일들에 대한 실천 수기. 그 첫 번째로 [내 전문분야 서적 번역하기]에 대해 적어보려합니다.
Step 1. 도서 선정
원서로 읽던 신간이 마음에 든 경우. 바로 다음스텝으로 go go!
Step 2. 해외판권 확인
원칙적으로 번역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번역물을 출판publish하는 것은 해당 권역의 판권rights를 소유해야 만 가능합니다. 번역출판 Value Chain을 살펴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보통 미국 출판사의 권한을 대리하는 Agency로부터 한국 출판사가 판권을 구매하여 번역가에게 번역을 의뢰하는 형식입니다.
필자가 번역하고자 한 도서는 Alberto Savoia의 The Right It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우선 저자에게 무작정 연락하니 “해외판권은 출판사에게 있다. 이미 팔렸는지 문의해보겠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Linkedin으로 메시지를 보낸지 12시간도 안 되어 답장을 받으니 와 참 신기하더군요. 읽고 있던 ebook의 Rights page에서 출판사가 Harper One인 것을 확인하고 출판사 홈페이지를 뒤졌습니다. 한국 판권 대행사 Eric Yang Agency 연락처를 확인하고 다음과 같이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아래와 같이 답장을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미 판권이 팔린 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겪음으로써 다음번에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겠지요! 또 최소한 ‘그때 그 책, 번역 해 보면 좋았을걸’ 이런 아쉬움 또한 없으니 우선은 그걸로 만족하는걸로 위안삼기로 했습니다.
Step 3. 출판사 선정
답변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출판사 관계자 분을 소개 받고, 마침 Startup Super Heroes라는 책의 번역출판을 앞둔 친구의 경험담을 듣게 되어 이후 프로세스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판권이 아직 open된 경우라 가정하고 계속해 봅시다.
우선 판권은 개인이 아닌 출판사만이 구매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출판사 선정이 불가피한대요. 최상의 경우는 ‘스타트업/경영혁신 시리즈로 대박을 친 대형출판사에서 기획을 하는 친구가 마침 다음 먹거리를 찾고 있었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내가 번역하려는 책이 적격이겠더라‘ 정도겠지요. 이런 꿈같은 상황이 나에게 일어날 리 물론 없습니다. 그래서 대형출판사와 독립출판사 등의 옵션을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역시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해당 서적 분야와 fit이 맞는지, 너무 대형출판사라서 담당자가 내 프로젝트에 소홀하지는 않을지. Marketing, Distribution 등 여러 관점을 살펴 나에게 가장 맞는 선택을 하면 되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친구 문경록 군은 우선 대형출판사 목록을 추려 Cold Call을 했다고 합니다. 그 중 회신이 온 몇 곳과 미팅 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로 유명한 미래의 창을 선택했습니다.
Step 4. 계약
출판업계는 분업화가 잘 되어있어 보통 출판사가 기획 도서의 판권을 구매하여 번역가에게 외주를 주는 형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이 되지 않도록 ‘번역은 무조건 ㅇㅇㅇ에게 맡긴다’계약서에 명시하는 걸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번역가 지정 외 계약서에서 중요한 항목으로는 계약금, 인세, 탈고일 명시 등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출판사에서 번역 실력 검증을 위해 샘플번역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본인 확인 차원에서도 단어 수 당 걸린시간을 점검 기록하여 번역 소요시간을 미리 가늠해 보는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보통 권당 3개월 정도 번역 기간을 잡고, 인기도서의 경우 원서발간 3~4개월 내 국내 출간을 한다고 합니다.
Step 5. 번역
트라도스 등 CAT (Computer Aided Translation Tool) 번역전문 소프트웨어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출판사와 상의하여 워드 등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합니다. 번역과정 및 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곳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현재 시중에 있는 기술들의 번역 활용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 계약 성사 시 Google Translate, 파파고 등을 이용한 기술활용 번역 과정을 공개하려는 원대한(?) 꿈이 있었습니다. 서적번역은 잠시 무산되었으나 기술 번역 테스트 과정은 추후 번외로 적어보고자 합니다.
Step 6. 검수 (QA)
여느 제품과 마찬가지로 도서출판에도 Quality Assurance 과정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비문 정정, 오탈자 확인 외에도 내용상 오류는 없는지, 과격한 표현으로 법적 이슈는 없는지 등 확인이 이루어집니다.
Step 7. 출간 및 마케팅
전문 번역가가 아닌, 해당 주제분야의 전문가로서 Startup에서 주로 사용하는 soft launch와 value add 개념을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마침 위 언급한 문경록 군이 필자가 구상한 것과 유사한 캠페인을 활용하여 도서 런칭 이벤트 중입니다. (펀딩 사이트 Wadiz 참고)
이렇게 한 사이클을 겪고 나면 어느덧 내 이름을 단 책 한 권이 나와있겠지요. 물론 어색한 한줄 때문에 고민하는 몇 날 며칠은 온전히 내 몫이겠지만, 그 또한 지나고나면 뿌듯한 추억이 되리라 믿습니다.
중요한 건 뭐든 부딪혀보자는 자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번역의 기회는 아직(!) 오지 않았으나 또 다른 산업의 Value Chain에 대해 알게되어 흥미로웠습니다. 이 글을 통해 누군가가, 혹은 당신이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번역서를 내게된다면 저에게도 더욱 의미 있는 포스팅이되겠지요. 🙂
멋집니다! 🙂 제 꿈은 한-영 번역가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책번역과 출판하는 과정은 진짜 길고 어려운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버텨서 지금도 훌륭한 일을 하고 있으니 성공했어요!